건축사가 솔직하게 생각하는 양성화의 이면

안녕하세요. 안소장입니다.
2026년 3월, 불법 건축물 양성화 법안이 발의되면서 건물주와 투자자분들 사이에서 화제입니다. 위반 건축물이라는 딱지를 떼고 당당히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다니, 솔깃하게 들리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건축 현장을 지켜봐 온 건축사로서 솔직하게 말씀드려야 할 내용이 있어서 이 글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벌금 내고 등기 올리면 끝"이라고 생각하셨다면, 지금 당장 그 생각을 멈추셔야 합니다. 잘못하면 번 돈보다 세금을 더 내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첫째, 내 건물이 양성화 대상인지부터 확인
이번 양성화 법안은 모든 건물이 대상이 아닙니다. 주거용 건축물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흔히 헷갈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1층은 근생인데 나머지 층을 몰래 주거용으로 쓰고 있는 이른바 '근생빌라'입니다. 이 경우 건물 전체 면적의 50% 이상이 이미 주거용으로 사용되고 있어야 양성화 신청 자격이라도 생깁니다. 절반이 안 되면 신청 불가합니다.
순수 상가 건물, 농막, 창고처럼 주거 목적이 아닌 건축물은 이번 양성화 혜택에서 아예 제외입니다. 내 건물이 해당되는지 먼저 따져보는 게 순서입니다.
둘째, 건축법에서 합격해도 세법에서 탈락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이번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가장 중요하고, 가장 무서운 부분입니다.
우리나라는 건축법과 세법이 따로 움직입니다. 건축법상으로는 양성화를 통해 완전히 합법적인 건물이 됐더라도, 국세청은 그 건물이 '실제로 어떻게 쓰이고 있는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깁니다. 이걸 실질과세의 원칙이라고 합니다.
가장 많이 걸리는 사례는 다가구 주택입니다. 구체적인 예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1층 필로티 주차장, 2층~4층 주택으로 구성된 전형적인 다가구 주택이 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건물주가 옥상에 옥탑방을 만들어가, 1층 주차장 일부를 막아서 주거 공간으로 늘렸습니다.
건축법에서는 이렇게 봅니다. 양성화를 하면 건축물대장에 '특정법에 따른 사용승인'이라고 적히고, 서류상으로는 다가구 주택 지위를 유지합니다.
하지만, 세법에서는 이렇게 봅니다. 다가구 주택이 세법상'1 주택'으로 인정받으려면 주거로 쓰는 층수가 3개 층 이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양성화를 통해 주거 층수가 4개 층이 되는 순간, 세법은 이 건물을 다가구(단독주택)가 아닌 다세대(공동주택)로 분류해 버립니다.
건축법 서류에는 다가구, 세법 기준으로는 다세대. 이 엇갈림이 엄청난 결과를 낳습니다.
셋째, 1 주택자가 졸지에 다주택자가 됩니다
주거 층수가 4개 층으로 늘어나면 어떻게 될까요?
1 주택 비과세 혜택을 기대했던 건물주는 하루아침에 각 호실마다 집 한 채씩을 소유한 다주택자가 됩니다. 8 가구가 사는 다가구 주택이라면, 세법상으로는 집 8채를 가진 사람이 되는 겁니다.
이 상태에서 건물을 팔면 어떻게 될까요? 양도소득세가 중과됩니다. 경우에 따라 수억 원의 세금을 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양성화로 건물 가치를 높이려다 오히려 세금을 더 많이 내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벌어지는 겁니다.
넷째, 그럼 양성화 안 하면 안전할까?
"그냥 신고 안 하고 그대로 쓰면 되는 거 아니냐?"라고 물으실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렇지는 않습니다. 세법은 양성화 여부와 상관없이, 실제로 주거로 쓰고 있다면 이미 다주택자로 볼 수 있습니다.
오히려 양성화를 한다는 건, 내가 불법으로 주거 공간을 늘렸다는 사실을 국가 문서인 건축물대장에 스스로 기록하는 셈입니다. 세무 당국이 세금을 징수하기 훨씬 쉬운 근거를 직접 만들어 주는 꼴입니다.
다섯째, 전문가들도 반드시 주의해야 합니다
건물주분들뿐 아니라 건축사, 공인중개사 같은 전문가들도 조심해야 합니다.
"양성화 가능합니다"라고 안내했다가, 나중에 의뢰인이 세금 폭탄을 맞으면 손해배상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에 업무를 진행하기 전에 반드시 이런 내용을 건축주와 공유하고 문서로 남겨 두어야 서로 얼굴 붉힐 일이 없습니다.
마지막, 건축사 입장에서 솔직한 조언
냉정하게 들릴 수 있지만, 수억 원의 세금 리스크를 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불법 부분을 철거하고 원상 복구하는 것입니다. 특히 앞으로 건물을 매도할 계획이 있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한 가지 꼭 알아두셔야 할 것 있습니다. 불법 부분을 철거한 뒷 최소 2년은 지나야 세법상으로 흔적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매도 직전에 급하게 철거한다고 해서 세무 조사를 피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지금 당장 매도 생각이 아니더라도 미리 계획을 세우셔야 하는 이유입니다.
결론.
양성화는 단순히 불법 건물을 합법으로 바꾸는 행정 절차가 아닙니다. 내 자산의 법적 지위와 세금 체계를 통째로 바꾸는 중대한 결정입니다.
내 건물이 양성화 후 주거 층수가 몇 개 층이 되는지 먼저 따져 봐야 합니다. 반드시 세무사와 상담해서 '양성화 후 예상 양도세'를 계산해 보세요. 세금 실익이 없다면 양성화보다 철거를 진지하게 고려하여야 합니다.
건축법과 세법은 다른 언어로 움직입니다. 그 온도 차이를 정확히 이해한 뒤에 움직이는 것, 그게 소중한 내 재산을 지키는 일입니다.
건축사 안소장 | 공간의 가치를 짓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