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안소장입니다.
오늘 하루, 어떤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셨나요?
집에서 눈 뜨자마자 바쁘게 출근 준비하고, 만원 지하철, 사무실 책상 앞, 그리고 다시 집으로 오시지 않으셨나요?
사실 우리는 하루의 90% 이상을 집, 지차철, 사무실 등과 같이 '어떤 공간'안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공간이 내 몸과 마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실까요?
이번 챕터에서는 요즘 해외나 국내의 일부 하이엔드 건축시장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웰니스 공간'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1. 웰니스 (Wellness)란 무엇인가?
많은 분들이 '웰니스'라는 단어를 들으면 왠지 건강검진이나 보약, 영양제 같은 걸 떠올리시더라고요.
여기서 말하는 '웰니스'는 '아프지 않은 것'과는 조금 다른 개념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을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히 좋은 상태라고 말합니다. 웰니스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스스로 능동적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말합니다.
건축적으로 예를 들어 보자면 이런 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기존건축 - 비와 바람을 막아주는 튼튼한 보호막
■ 웰니스건축 - 그 안에 있는 것만으로 매일 조금씩 더 나아지는 환경
한마디로, 공간에 머물면서 생활하기만 하더라도 '신체적, 정신적으로 활력이 생기는 공간'이 웰니스의 핵심입니다.
2. 왜 요즘 이 공간에 대해 이야기가 많이 나올까?
사실, 웰니스 건축이 떠오른 건 코로나 팬더믹이었습니다.
집이라는 공간이 갑자기 사무실이 되고, 학교가 되고, 유일한 쉼터가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꼈습니다.
"아, 집이 이렇게 중요한 거였구나. 근데 우리 집... 좀 답답한 거 같다?"
좁은 천장, 환기 안되는 공긴, 층간 소음...
이런 것들이 우리 정신력을 얼마나 갉아먹는지 몸으로 직접 체감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공간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얼마짜리 집이야?"에서 "어떤 집이야?"로 바뀌고 있습니다.
3. 웰니스 공간에는 무엇이 다를까? 핵심 요소 6가지

① 자연채광 - 빛을 '설계'한다는 것
우리 몸에는 24시간 주기로 움직이는 생체 리듬이 있습니다. 아침의 밝은 빛에는 "일어날 시간이야!"라는 신호를 주고 저녁의 은은한 달빛은 "슬슬 자야지"라는 신호를 보냅니다.
웰니스 공간은 그냥 조명을 밝게 하는 게 아니라, 창문의 위치와 크기를 조절해서 자연광을 집 안 깊숙한 곳까지 끌어들이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② 공기질 - 보이지 않는게 제일 무서워
우리가 하루에 마시는 공기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아시나요? 무려 11,000리터라고 합니다. 근데 환기 안된 실내 공기는 생각보다 훨씬 오염되어 있습니다.
웰니스 공간에서는 친환경 마감재 사용은 기본이고, 기계 환기와 자연 환기를 함께 쓰고, 공기 정화 식물을 전략적으로 배치해서 자연의 깨끗한 실내공기와 유사한 수준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③ 소음제어 - 조용함도 설계할 수 있어요
소음이 계속되면 우리 몸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분비됩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몸이 긴장 상태가 되는 거죠.
웰니스 공간은 흡음 소재로 소음을 줄이는 건 물론, 때로는 물소리나 자연의 소리를 의도적으로 흘려보내서 마음을 안전시키는 설계를 합니다.
④ 온열환경 - 냉 · 낭반기를 세게 틀면 되는 거 아닌가요?
춥거나 덥다고 해서 냉 · 난방기를 강하게 틀면 건강에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웰니스 건축은 바닥에서 은은하게 올라오는 복사열이나 방마다 적절한 온도로 다르게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시스템을 활용해서, 우리 몸이 느끼는 온도와 습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합니다.
⑤ 바이오필릭 디자인 - 인간은 원래 자연을 그리워합니다
특정 카페에 가면 마음이 편안한 느낌을 받으신 적 있으신가요?
아마 나무 소재, 식물, 자연석 같은 게 많았을 겁니다.
사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연에 끌리도록 설계돼 있는데 이걸 바이오필리아 (Biophilia)라고 합니다.
실내에 작은 중정을 만들어가 수직 정원을 조성하는 것, 이게 가장 강력한 웰니스 전략 중 하나입니다.
⑥ 공간의 여백 - 비워야 채워져요
가구와 물건으로 빽빽한 공간에 있으면 왠지 숨이 막히고 피곤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눈이 쉴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웰니스 공간은 "비워진 공간"을 낭비가 아닌 숨 쉬는 공간으로 봅니다. 동선이 자연스럽고, 시선이 잠깐 머물 수 있는 여백이 있을 때 비로소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입니다.
웰니스 공간을 마치며
"웰니스 공간이요? 돈 많은 사람들 이야기 아닌가요?"
이런 말씀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 공간에서 사람이 매일 조금씩 더 건강해지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작은 원룸도 충분히 웰니스 공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침 햇살이 들어오도록 가구 배치하기, 환기를 위해 여는 작은 습관, 동선을 자연스럽게 만드는 설계 철학 하나하나가 이런 것들이 수천만 원짜리 고급자재보다 훨씬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건축사 안소장 | 공간의 가치를 짓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