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단열 vs 외단열, 건축사가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안소장입니다.
집을 짓기로 마음먹으면 대부분의 건축주님들께서는 이런 것부터 고민하십니다.
"거실은 넓게 할까?", "외장재는 벽돌, 노출콘크리트 뭘로 할까?"
눈에 보이는 것들에 먼저 손이 가는 건 당연합니다. 그런데 건축사로서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집에서 가장 중요한 건 따로 있습니다. 그건 바로 벽속에 숨어 있는 단열재입니다.
용도에 맞지 않는 옷차림을 하기보다 때와 장소에 맞게 옷을 입는 게 중요하듯, 집도 필요한 상황에 맞춰 올바른 단열을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쾌적함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번 글에서는 단열의 두 축인 내단열과 외단열, 이 둘의 차이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내단열 vs 외단열, 한 줄로 정리하면
내단열은 건물 뼈대 안쪽에 단열재를 붙이는 방식입니다. 맨몸에 내복만 입고 그 위에 차가운 철갑옷을 걸친 모습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외단열은 건물 전체를 바깥에서 단열재로 감싸는 방식입니다. 철갑옷 위에 두툼한 패일을 입혀주는 모습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어느 쪽이 더 따뜻할까요?
내단열, 싸지만 속을 썩입니다
우리나라 아파트 대부분이 써온 방식입니다. 방 안쪽 벽에 단열재를 붙이고 그 위에 석고보드와 도배지로 마감합니다.
장점은 명확합니다. 실내에서 작업하니 날씨 영향을 안 받고, 외부 비계도 필요 없어 공사비가 저렴합니다. 난방을 하면 실내 공기가 금방 따듯해지는 것도 장점입니다.
문제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는 겁니다.
단열재가 끊기는 구석이나 모서리는 차가운 기운이 그대로 통과하는 '열교'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실내 습기와 만나면 물방울이 맺히는 결로가 발생하면서 벽지에 곰팡이가 피기 시작합니다. 새 집인데 곰팡이라니, 정말 황당할 수 있습니다. 게대가 단열재 두께만큼 벽 안쪽으로 두꺼워지는 만큼 실내 면적이 줄어드는 것도 은근히 손해입니다.
외단열, 초기비용은 비싸지만 오랫동안 편합니다
건물 전체를 겉에서 단열재로 빈틈없이 감싸는 방식입니다. 보온병처럼 열이 새나갈 틈이 없습니다. 하자가 발생하더라도 빠르게 보수할 수 있습니다.
내단열에 비교하여 결로 발생의 가능성이 훨씬 적습니다. 밖에서 감싸니 결로가 생길 공간 자체가 없습니다. 콘크리트 뼈대가 일정한 온도로 보호받으니 건물 수명도 훨씬 길어집니다. 건축법상 면적 계산에서도 유리해서 실내를 더 넓게 쓸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단점은 비용과 난이도입니다. 외부 날씨가 좋아야 시공할 수 있고, 숙련된 기술자가 필요합니다. 초기 공사비가 내단열보다 1.5배에서 2배 정도 더 들어갑니다.
한국 날씨에는 외단열이 유리합니다
대한민국 날씨, 정말 극단적인 거 다들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여름에는 동남아처럼 덥고 습하고, 겨울에는 시베리아 못지않게 춥습니다. 연간 최저기온과 최고기온의 차가 50도 가까이 벌어집니다.
이런 환경에서 외단열이 특히 강력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콘크리트의 축열 효과 때문입니다.
외단열을 하면 묵직한 콘크리트 벽이 거대한 열 저장소가 됩니다. 겨울에는 낮 동안 머금은 온기를 밤새 천천히 내뿜고, 여름에는 밤의 시원한 기운을 낮 동안 머금고 있습니다. 보일러나 에어컨을 조금만 틀어도 실내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이유입니다.
내단열 집이 빨리 끓고 빨리 식는 양은냄비라면, 외단열 집은 은근하게 열을 오래 머금는 무쇠 가마솥입니다.
단열재, 어떤 걸 써야 할까요?
종류가 많아서 헷갈리실 텐데, 핵심만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 비드법 (EPS, 흰 스티로폼)
가성비 최강의 단열재입니다. 가장 많이 쓰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만 공장에서 만든 지 6주 이상 지난 '숙성'된 제품을 써야 나중에 뒤틀리는 하자가 없습니다.
■ 압출법 (XPS, 핑크색 아이소핑크)
특징으로는 습기에 강합니다. 땅속에 묻히는 기초 벽면이나 지하실에는 필수입니다. 그런데 햇빛에 노출되면 부풀어 오르는 성질이 있어 외벽에는 쓰면 안 됩니다. 적재적소가 중요합니다.
■ PF보드 (페놀폼)
최근에 가장 많이 사용하고 주목받는 제품입니다. 얇은데 단열 성능이 뛰어나고 불에 잘 안 타는 준불연 소재라 3층 이상 건물에는 사실상 필수입니다. 단열 성능이 워낙 뛰어나 비드법단열재에 비해 두께를 절반이하로 줄일 수 있습니다. PF보드는 시공 시 전용 프라이머를 반드시 발라야 들뜨는 하자를 막을 수 있습니다.
■ 글라스울 · 미네랄울
유리나 돌을 녹여 만든 완전 불연재입니다. 화재 안전성은 최고지만 습기에 취약해서 방수 처리를 완벽하게 해야 합니다. 2000년대 초까지의 아파트에서 많이 보이는 단열재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단열재보다는 조립식 칸막이벽 속에 흡음재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공 방식도 중요합니다
단열재를 붙일 때는 '리본 앤 뎁'방식으로 접착제를 꼼꼼하게 발라야 합니다. 대충 발라 붙이면 큰 강풍에 단열재가 통째로 뜯겨 날아갈 수 있습니다.
'화스너'라는 고정 못도 반드시 박아야 합니다. 이 못 머리 부분으로 열이 새지 않도록 플라스틱 캡으로 마감하는 꼼꼼함도 필요합니다. 이런 작은 디테일이 모여서 성능을 좌우합니다.
비싼 게 결국 추가 비용 없이 오래갑니다
외단열이 내단열보다 초기 비용이 1.5배에서 2배 더 들어갑니다.
건축사로서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여기에는 큰 반전이 있습니다.
외단열로 지으면 연평균 냉·난방비가 30% 이상 줄어듭니다. 겨울마다 곰팡이를 닦고 도배하는 스트레스와 비용까지 막을 수 있습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외단열 추가 비용은 7년~10년이면 본전을 뽑는다고 말합니다.
주택이란 한번 지어서 오래 살아야 할 보금자리인데, 어느 쪽이 현명한 선택일까요?
좋은 집은 화려한 타일이나 값비싼 조명이 만드는 게 아닙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벽 속에서 가족의 건강을 지키고 지갑을 지켜주는 단열이 기본을 만듭니다.
지상 외벽엔 PF보드 같은 준불연재를, 습기가 닿는 지하엔 아이소핑크를. 적재적소에 맞는 단열재를 제대로 시공하는 것, 그게 집 짓기에서 가장 먼저 챙겨야 할 투자입니다.
건축사 안소장 | 공간의 가치를 짓는 사람